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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무덤

2020-11-21

코끼리는 제가 죽을 때를 알고 있단 것 알아?
때가 되면 무리를 떠나 한 장소에 모여 죽는대.
그 무덤을 실제로 찾아낸 사람은 없다지만.

장르: 서가

감독: 엔레

출연: 레이메르 라리에, 아르비드 페르테

코끼리는 제가 죽을 때를 알고 있단 것 알아?
때가 되면 무리를 떠나 한 장소에 모여 죽는대.
그 무덤을 실제로 찾아낸 사람은 없다지만.
20. 11. 21. SAT. 17:12
TRPG 크툴루의 부름 시나리오
『 코끼리 무덤 』
w. @002D_TRPG
START
어느 날 지구는 멸망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의 생명체들이 절멸했지요.
시작은 하늘이 부쩍 흐린 날이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돌연 각자의 타이밍에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호소하더니,
수 초 내로 그 몸이 녹아내렸습니다.
그렇게,
불과 며칠에 걸쳐,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죽임당했습니다.
재난은 우리에게 징조도 대처할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그러했듯 말이에요.
그렇게 허무하게 멸망한 세계에서,
아르비드는 유일한 생존자였습니다.
왜 나만이 살아남았는지,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은 무엇인지,
어딘가에는 나 외의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진 않을지…….
대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되뇌며 아르비드는 홀로 이 1년을 버텨왔습니다.
녹다 만 시체가 가득한 거리.
열매 맺지 않는 땅과 길짐승 하나 나다니지 않는 텅 빈 세상.
거처를 옮겨가며 통조림 따위를 주워다 연명하는 생활에,
오늘도 달라진 바는 없어요.
그래요,
말마따나 오늘도,
그저 그런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일과를 모두 마친 밤중, 누군가가 아르비드의 집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는요.
??? "아무도 없어요?"
1년 만에 들어보는 사람의 목소리는,
레이메르의 것과 똑 닮아있었습니다.
<이성> 판정. (0/1D5)
아르비드: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산치 감소 없음.
이어 <지능> 판정합니다.
아르비드: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니요, 이건 불가능합니다.
그야 머리가 녹아 사라진 채 길가에 버려진 그의 시체를,
내 눈으로 똑똑히 본 기억이 있는걸요.
레이메르 라리에는 작년의 그 재난 속에서 분명히 죽었습니다.
...그럼 지금 문밖에서 말을 걸어오는 건 누구죠?
재차 <이성> 판정합니다. (0/1D2)
아르비드: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산치 감소 없음 (ㅋㅋ)
???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아르비드가 여러모로 심란한 와중에도 문밖의 소리는 끊일 줄 모릅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르비드.
아르비드:... ...
(그럴 리가 없는데. 다시 살아났을 수는 없어. 분명, 분명히 ... ... 문 가까이 다가간다) 레이메르?
???:... 아, 안에... 누가 있는 거죠?
저, 저 좀 도와주세요... 제 힘으론 문을 열 수가 없어요...
여긴 저 혼자고, 기억은 아무것도 나지 않아서 ... ... 제발, 도와주세요 ...
아르비드:(문 손잡이 위에 손을 얹는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네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그 무엇도?
???:... 네, 아무것도 ... ... 누구세요, 절 아는 사람인가요? 도와, 도와주세요... 문을...
아르비드:... 내가 아는 레이메르는 죽었어. 잘못 보았을 리 없어.
... ... 너는, 그 애가 아니야. (그렇다면 누구지?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고?)
???:저는, 저는... ... 아아, 제발... 도와주세요...
아르비드:... ....
너, 인간이긴 해?
???:그럼요... ... 인간이 아니면,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을 거예요. ... 도와주시지 않을 건가요? ...
아르비드:(이 근처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이곳 뿐일 텐데, 이 집의 문을 골라 두드린 이유가 뭐지? 우연?) ... 지금까지 버텼다면 오늘도 버틸 수 있겠지.
내일까지 버틴다면 그 때 생각해 볼게. (문에서 몇 걸음 물러선다.)
아르비드는 문을 열지 않기로 결정하나요?
아르비드:(열지 않는다.)
좋습니다.
???:...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당신이 문을 열지 않기로 결정하고도 레이메르의 목소리는 한참이나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흔들리면 안 돼요.
알고 있으니까요.
문밖의 저것이 무엇이든 간에,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가 없잖아요.
레이메르는 오래 전 죽은 거잖아요,
다른 많은 생명들과 같이,
이 지구에 나 혼자만을 남기고.
문밖을 외면하고 일상을 지속합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갑작스레 정적이 찾아듭니다.
드디어 들어오길 포기한 걸까요?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풀썩,
하고 무언가가 쓰러진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르비드는 어쩐지, 자신이 안전해졌음을 확신합니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면,
그곳에는 레이메르의 시체가 쓰러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도 좀 더 부패가 진행된 모습이네요.
어쩐지 웃음이 납니다.
그야 웃기잖아요!
세상에 보이지 않는 죽음이 찾아와 네가 죽고, 모두가 죽고,
문을 두드렸는데 나만이 멀쩡히 오늘도 살아갈 거라는 사실이.
왠지 너무, 웃겨서…….
아. 벌써 동이 트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어제는 마트에서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크래커를 잔뜩 주워 왔었죠.
들어가서 식사나 할까요. 뭐.
END B: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탐사자 생존
생환 보상: 이성치 회복 +1D3
아르비드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간다면……
거처를 옮길 때마다 <행운> 판정, 대성공 시 다른 생존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멜은 아니겠지만요.
반대로, 대실패 시 지구를 전전하던 또다른 우주에서 온 색채를 조우합니다.
20. 11. 21. SAT. 17:29
시나리오 『 코끼리 무덤 』
END
(GM):><
아르비드:...
1
???:^_^
아르비드:너는 죽어놓고 뭐가 좋다고 웃는데 ... (울컥)
???:(무고한 색채 표정)
아르비드:아! (베개 던짐)
???:(맞고 머리 날아감)
아르비드:가. 이상한 거에 조종당하지 말고 조용히 잠이나 자라고. 내가 진짜 .... 친구라고 하나 있는 게 (꿍얼꿍얼꿍얼꿍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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