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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의 요람

2022-05-19

2054년의 지구. 켜져 있는 텔레비전에서 나온 뉴스 앵커의 목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녹빛이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초여름은 게으른 척을 하며 금세 다가왔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아침에 일어나는 일을 힘들게 하네요. 열려 있는 창문 너머로 매미 소리와 데워진 풀내음이 싱그럽게 풍깁니다.

장르: CoC

U_U (GM):준비가 됐다면....
리마로 냥 해주세요~
알리마 바야르:?
U_U (GM):귀여우니까...
알리마 바야르:반드시 해야 해? (미묘하게 꽁해짐.)
U_U (GM):웅...
그럼 행복할것같아...
알리마 바야르:………………………
냥.
U_U (GM):.... 귀여워...
그럼 갑시다...
COC 7th Edition Fan-made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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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의 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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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자기도 그곳에 들른 사람, 잠깐 쉬는 사람, 이제 막 먼 데서 돌아왔거나 떠날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땐 거기 몇 시간씩 앉아 있곤 했다.
날은 후텁지근하고, 방학은 길고, 그해 여름은 왠지 모든 게 지겨웠으니까.
: 김애란, 노찬성과 에반
매캐하고 소름돋는 냄새와, 모든 것을 씻어내릴 듯이 내리는 빗소리가 납니다.
무언가의 잔해 같은 쇳덩이들이 여기저기 발에 채입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이 곳엔 회색, 회색, 회색 뿐입니다.
잿빛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으며,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람도, 빛도... 이 곳엔 아무것도 없네요.
조금씩... 비가 그치더니,
천천히 내려오는 빗방울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느려집니다.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장소는 현실이 아닌 꿈... 인 것 같네요.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우뢰는 그치고...
빗방울 대신,
하늘에선 재의 파편이 느릿하게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가 그친 이후 바닥의 쇳덩이들이...
회색 빛의 식물들로 변했습니다.
당신이 걸을 때마다,
발 아래의 식물들은 재로 변해 공중에 흩날립니다.
알리마 바야르:…… 꿈? (재로 변해가는 식물들을 손끝으로 살며시 건드렸다.)
식물은 간신히 형태를 갖추고 있었지만...
당신의 손길에 힘없이 재로 화해 스러집니다.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 멀리 번개가 반복적으로 치는 게 보이네요.
알리마 바야르:(비구름이 다가오고 있는 걸까. 고개를 느리게 기울였다가 번개가 잘 보이는 방향으로 향한다. 꿈이니까…)
번개가 잘 보이는 방향으로 걸어가면,
번개들이 치는 장소의 중앙에...
작은 아이가 한 명 서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아이? 번개가 치는데?) 위험하지 않아?
(하늘과 아이를 번갈아 보다가 아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괜찮겠지?)
당신은 아이가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아무리 다가가도...
환각처럼 딱 실루엣만 보일 정도의 거리에 서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습니다.
그때, 갑자기 천둥 소리가 짧게 들리더니...
모든 것이 어둠에 휩싸입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하다 못해 제 자신이 존재하는지조차...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어둠입니다.
그 순간, 번개가 칩니다.
번쩍, 온 주변이 빛나고...
아이와의 거리가 반으로 좁혀졌습니다.
순간 아이의 모습이 보였던 것도 같은데...
곧 번개의 불빛이 사라지고,
다시 모든 것이 어둠에 휩싸입니다.
번쩍, 짧고 우렁찬 소리와 함께 다시 번개가 칩니다.
다시 한번 엄청난 빛이 주변의 폐허를 밝힙니다.
알리마 바야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방금 전에 조금 가까워졌던 것 같은데, 착각인가? 눈을 천천히 깜박였다. 다시 빛,)
아이와의 거리가 이제 더 가깝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익숙해진 어둠이 다시 모든 것을 삼킵니다.
...
짧은 간극 이후, 또다시 번개가 치고...
눈부신 빛이 모든 것을 밝힙니다.
실루엣이었던 아이의 뒷모습은 이제 바로 앞에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 (아이에게 한 손을 뻗었다.)
손을 뻗으면...
아이가 뒤를 돌아보고,
당신의 두 눈이...
아이의 깊은 숲과 같이 반짝이는 두 눈동자와 마주칩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납니다.
[더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27일 올해 들어 전 도시의 모든 지역에 폭우주의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오늘의 날짜는 10년 전 천문학의 역사상 기록적인 조화파수렴이 관측된 지 정확히 2일 전의 날짜로...]
텔레비전 소리에 깬 것 같습니다.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알리마 바야르:(기지개를 쭉 펴고,)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음... 푸른 빛 같은 걸 본 것도 같습니다.
그때, 문 쪽에서 저벅이는 소리가 들려오네요.
누군가가 문 앞에 있는 것 같아요.
알리마 바야르:(방금 일어났는데, 지금?)
… (머리카락은… 놀랍게도 차분하다. 안 엉켰네.) 누구시죠?
이내 짧은 노크소리와 벨소리가 들립니다.
알리마 바야르:(...) 4분만. (후다닥 세수하고 양치까지 하고 나와서 문 열었다.)
문을 열자, 서 있는 것은 비비엔입니다.
방문할 때마다 그랬듯이,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들어오네요.
오늘의 꽃은 로벨리아.
좋은 향을 풍기는 아름다운 보랏빛의 꽃이네요.
알리마 바야르:
자연
기준치: 30/15/6
굴림: 44
판정결과: 실패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비비엔? (눈 깜박.)
꽃은 유독 아름다워 보이네요.
비비엔은 한아름 안고 들어온 로벨리아를 집 한 구석의 꽃병에 꽃습니다.
원래 꽃병에 꽃혀 있던 꽃을 모두 탈탈 털어 쓰레기통에 버리네요.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탈탈 ...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꽃들을 본다...)
흠... 전에는 저러지 않았는데 말이죠.
비비엔은 당신을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알리마 바야르:무슨 일 있어요?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비엔은 어딘가... 이상합니다.
평소 느껴지는, 호의가 담긴 그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느낌이네요.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
(다시 본다.)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비엔의 두 눈이...
평소와 다르게 빛나지 않네요.
그 순간, 비비엔이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비비엔 프레이르:내 계획을 망치고 이런 꼴로 지내고 있었군.
그리곤 가운 안주머니에서 작은 스프레이를 꺼냅니다.
스프레이를 당신의 얼굴에 뿌리자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어떻게든 반항하려 해도...
몸이 마비된 느낌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습니다.
흰 연기 너머로 비비엔의 모습이 일렁입니다.
그의 살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더니...
살 아래의 인간이 아닌 무엇이 드러납니다.
끔찍하고 역겹게 생겼습니다.
저런 건 절대 인간이 아닙니다.
알리마 바야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산치 1 감소합니다.
당신은 곧 정신을 잃습니다.
...
...
눈을 뜨자, 주변은 어둠입니다.
알리마 바야르:... (어두워.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다. 일으킬 수 있다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밤?)(무언가 눈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본다.)
눈을 가리는 것은 없습니다.
아주 어두울 뿐이네요.
알리마 바야르:… (방금 그건 비비엔이 아니었어.) ... 그렇다면 비비는?
(무사할까?)
(한 손을 앞으로 뻗고 무작정 앞으로 걸어가본다.)
손을 뻗어 앞으로 걸어가려 하면, 금세 막힙니다.
사방이 벽인... 아주 좁은 공간이네요.
알리마 바야르:(벽? 막힌 벽을 손끝으로 쭉 쓸며 어디까지 막혀있는지 살폈다. 사방이...)
천장도 막혀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죽은 건 아니고. (위를 올려다본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 순간, 해가 뜨며 어둠이 걷힙니다.
당신은 사방이 투명한 벽으로 이루어진 좁은 물체에 갇혀 있으며,
이거, 어쩐지... 익숙한 물체네요.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8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긴, 아니... 이건, 투명한 정지의 입방체입니다.
당신은 지금, 예전에 비비엔과 산책을 하던...
전 세계정부 건물의 바로 앞 길 한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그때,
물체의 한 투명한 벽면에 붉은 색의 숫자가 떠오릅니다.
떠오르는 숫자는, 315360000.
숫자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알리마 바야르:... ?
길에는 아무도 걸어다니지 않으며,
알리마 바야르:(덩그러니...) ... 죽은 건가?
당신이 혼잣말을 해도...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알리마 바야르:(투명한 벽을 톡톡, 건드려보다가 등을 기대고 앉았다.)(힘으로는 못 깨겠지?)
연락 올 사람, (아마) 없고. 집에 없다는 걸 확인해줄 사람도, (당분간은) 없으니… 곤란하게 되었네.
(오른손 쥐었다 편다. 다음은 왼손.) 살아있는 걸까?
... ... 모르겠어.
(등 뒤의 벽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려보고선 숫자에 시선을 두었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옵니다.
정확한 형체는 알 수 없지만...
그 누군가는 길을 따라 점점,
당신이 있는 투명한 정지의 입방체에 가까이 다가옵니다.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은...
거꾸로 걷고 있네요.
그 사실을 자각한 순간,
멀리서 걸어오던 사람이 갑자기 속도를 높여...
빠르게 재생되는 비디오처럼,
거꾸로 걸어 정지의 입방체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떠오른 숫자는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알리마 바야르:(???)
(숫자와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다가오는 사람은 계속 뒤로 걸어 당신의 코 앞으로 다가오더니,
당신과 정지의 입방체를...
마치 환상처럼 통과하고 뒤로 지나갑니다.
숫자는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하며,
무더기의 사람이 길에 다시 나와 뒤로 걷기 시작합니다.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이거...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네요.
알리마 바야르:이대로 몇백년 전까지 흘러가면...
(...) ...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벽만 콩콩 두드리다가 반 걸음 물러섰다.)
숫자는 계속, 점점 빠른 속도로 줄어듭니다.
당신은 이 시간의 흐름에 아무 것도 간섭할 수 없고,
정지의 입방체는 부서지지도,
그 어디에도 버튼조차 없습니다.
...
그 순간, 빠르게 줄어들던 숫자가 느려집니다.
정지의 입방체의 투명한 벽 너머로,
하늘을 향해 방아쇠를 쥐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비비엔의 모습이 비칩니다.
아, 저건 3개월 전의 자신들입니다.
다시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더니 느려지고,
전 세계정부의 건물 앞에서...
산책하고 있는 비비엔과 자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다시 숫자가 빠르게 줄어듭니다.
모든 장면이, 마치 뒤로 감아지고 있는 영화 필름처럼 지나갑니다.
...친구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알리마, BLUE29 탐사에서 손실된 산치 모두 회복.
알리마 바야르:같은 시간대에 동일한 존재가 둘 존재할 수는 없을 텐데. (그러면 이건… 나는 어떻게 된 거지?)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는 한 바퀴의 하루가...
1초도 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변의 풍경이 바뀝니다.
마치 공간을 이동하는 것처럼...
지어진 건물이 사라지고, 도시가 점점 옛날의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시골 마을에 가까운 형태를 띄는 것 같은데...
이곳은 어디이고, 언제인지 감조차 오지 않습니다.
입방체가 조금씩, 익숙한 회색빛으로 불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숫자가 떨어지는 속도가 조금씩 떨어지고,
정지의 입방체에 이제 남은 숫자는
5,
4,
3,
2,
...
1.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입방체의 문이 열립니다.
짧은 안내음이 나옵니다.
[2044년 8월 27일에 도착하였습니다.]
입방체가 불투명하게 변하고, 흰 연기를 내며 문이 열립니다.
알리마 바야르:(2044년?)
...
...이곳은, 숲?
태초의 숲으로 돌아온 걸까요?
그렇다기엔, 2044년이라고 했는데.
높게 솟은 웅장한 나무들과...
여름답지 않은 시원한 공기가 고고하게 볼을 간질입니다.
나뭇잎과 풀줄기 사이로 갈래 갈래 찢겨진 찬 빛이 당신을 비추고,
주변을 아름답고 고요하게 빛냅니다.
들려오는 소리는 새가 낮게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 소리, 한여름의 매미 소리,
어디선가 숨겨진 채 나긋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
아름다운 자연이 당신을 휘감습니다.
조금 걸을까요.
알리마 바야르:(문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나무 위쪽을 올려다본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햇빛과 바람, … 숲?)
... (멍하니 서 있다가 앞으로 걸어가... 기 전에,)
(조약돌 같은 건 없는지 주변을 살펴본다.)
매끈한 조약돌이 곳곳에 보입니다.
알리마 바야르:(주섬주섬 조약돌을 줍고, 하나씩 떨구면서 간다. 나중에 다시 알아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리마는... 숲 곳곳에 흔적을 남기며 걷습니다.
알리마 바야르:(...)(신발은 신고 있나?)
...신고 있습니다.
잘 정돈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내 숲의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무들의 밀도가 점차 옅어지고, 길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알리마 바야르:(길? 고개를 돌려 제 뒤로 쭉 이어지는 조약돌-흔적을 잠시 바라보다가 길 위로 향했다.)
멀리 보이는 숲 밖의 하늘이 조금 붉은 것으로 보아...
시간은 오후 다섯 시 즈음인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정지의 입방체에서 나온 말이 진짜라는 가정 하에...
고작 10년만 뒤로 돌아왔을 뿐인데도,
2054년의 빽빽한 고층 빌딩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로 보이네요.
도시에서 얼마나 벗어난 것인지 감조차 오지 않습니다.
숲 바깥이 보입니다. 가볼까요?
알리마 바야르:(나이도 열 살 어려지지는 않았겠지?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제 손의 크기를 확인해본다.)
어려지지... 않았습니다.
알리마 바야르:(다행...)
여전히 똑같습니다. 옷도 꼭 맞네요.
알리마 바야르:(숲 바깥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오면,
옆에는 커다랗고 짙은 남색의 호수가 펼쳐져 있습니다.
상아색 흙이 만연한 공터가 숲과 연결되어 있네요.
저 멀리에는 적당한 크기의, 따스하고 고요해 보이는...
오후의 학교가 한 채 서 있습니다.
나른하고 평화로운 시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알리마 바야르: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순간...
멀리 보이는 학교 공터에서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람이 있네요. ...가볼까요?
알리마 바야르:으음 ... (사람을 만나도 될까? 몇 초 망설이다가 학교 공터로 간다.)
학교쪽으로 다가가면,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몇 명의 아이들이 뭉쳐 있습니다.
아이들은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네요.
자신들과 조금 떨어진 공터에 위치해,
등을 돌린 채로 책을 읽고 있는...
왜소한 체구의 옅은 갈색 머리칼을 가진 아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지르고 있습니다.
"괴짜!" "이상해!" "맞아, 이상해!"
... ... 다분히 악의가 가득한 소음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잠시 멈칫했다가도, 계속 책을 읽습니다.
알리마, 자유 행동이 가능합니다.
알리마 바야르:... (머리색이 왠지 조금 익숙하다. 기분 탓인가?)(공터 안으로 들어가 가만히 서 있다가,)
(소리지르는 아이들을 빤히… 응시한다.)
빤히 응시해도...
아이들은 당신을 신경쓰지 않네요.
알리마 바야르:(내가 보이긴 하나?)(손가락질을 하는 아이들 앞으로 설렁설렁 걸어가 아이들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순간, 시간이 멈춥니다.
하늘을 날아가던 새마저 허공에 멈춰 있습니다.
소리를 지르던 아이들은 손가락을 뻗은 채로...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서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
(눈..깜박.)
(아이들의 얼굴 앞에서 손을 슬쩍.. 흔들어본다.)
그 순간...
알리마의 발치 앞에 커다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구멍이...
마치 모래가 떨어지는 모양새를 띈 채 생깁니다.
구멍 위로 별빛을 닮은 반짝이는 글자들이 떠오릅니다.
The end of the world, is nigh.
종말이 가까이 다가왔어.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느 순간...
허공 위 알파벳 글자들이 재배치됩니다.
구멍 위로 떠오른 문구는 하나의 긴 아나그램이네요.
down this hole, frightened
두려운 자 이 구멍 아래로.
문구가 아나그램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
구멍 아래에서 옅은 웃음소리가 짧게 들립니다.
"제법이구나."
목소리는 어딘가 얇게 떨리는 노인의 목소리 같습니다.
알리마 바야르:(구멍 아래로?) .. 응? (발치의 구멍을 살핀다.)
구멍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입니다.
알리마 바야르:(구멍 앞에 앉아서 한쪽 발만 쏙, 넣어본다.)
(이어서 다른 발도...)
...
... ... ...
... (하늘 한 번 보고... 안으로 폴짝.)
안으로 폴짝. 들어갑니다.
떨어지는 내부는... 아까 전의 눈뜬 직후가 생각날만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입니다.
...
구멍 아래로 계속 떨어지던 당신의 주위가...
한 순간에 바뀝니다.
여긴...
가정집의 주방?
분명 구멍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정신을 차리니 웬 가정집의 주방 안에 앉아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 ?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특별한 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 일반적인 주방 안에 있을 법한 물건들 뿐이네요.
당신이 앉아 있는 작은 식사용 탁상,
귀엽게 싱크대 위에 걸려 있는 두 짝의 스트라이프 오븐 장갑,
따뜻한 열기를 내고 있는 오븐...
알리마 바야르:(오븐?)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븐 속에서 부풀고 있는 쿠키가 타닥이며 구워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뒤로...
오븐 장갑을 끼고 있는 한 할머니가 느릿하게 걸어들어오네요.
알리마 바야르:(집주인?) ... 안녕하세요. 그게,
... .... .... ... 죄송합니다. 일부러 침입한 건 아닙니다.
군데군데 하얗게 센 머리는 짧고 동그랗게 말려 있으며,
썩 크지 않은 키와 넉넉한 체형이 어딘지 푸근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눈 옆의 잔주름과 웃고 있는 입꼬리에 깊게 패인 주름이...
살아온 나이를 짐작하게 합니다.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싱크대 위에 걸려 있던 오븐 장갑 두 짝이 어느새 사라지고,
한 순간에 할머니의 두 손에 끼워졌네요.
알리마 바야르:(??????)
알리마가 혼란스러워 하는 새에 ...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던 쿠키들을 꺼내어,
당신에게 하나를 건네줍니다.
알리마 바야르:(이 쿠키를 먹으면 페르세포네처럼 지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거나...) 고맙습니다... .... ?
쿠키를 먹을까요?
알리마 바야르:(먹어도 되는 쿠키인가?)(정말로?) ... (웃고 계시니까...)
...
(고민...)
... ...
(냠..)
(웃으면서 독 쿠키를 주시지는 않을 테니까..)
알리마 바야르:... (... 않..겠지?)
...
...않을까요?
알리마 바야르:(반쯤 먹다가 멈췄다.)
쿠키를 먹으면,
어쩐지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차분하게 마음이 편해진다는 기분이 들며,
따스한 온기가 몸에 돌기 시작합니다.
지켜보던 정체불명의 노파는 곧 오븐 장갑을 벗고 입을 엽니다.
노파: 먼 길을 왔어. 정지의 입방체의 오작동...
내가 과거에 누군가에게 선물했던 물건을... 누군가가 훔쳐 악용한 것 같구나.
알리마 바야르:오작동….
(마저..냠냠 먹고) 선물이요?
맛있는 쿠키였습니다...
노파: 그래, 내가 주었으니...
알리마 바야르:(.. 수상하지만 맛있었다.)
원래 그렇게 작동하는 게 아니었군요. (과거로 똑, 떨어져버린 것 같지만.) 납치당해서(다소 생략된 설명.)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돌아갈 수 있을까요?
노파: 흐음, 수리해야 할 게야... 암, 수리해야지.
알리마 바야르:수리... 어떻게요? (잘? ...그것도 재료가 있나?)
(갑자기 이곳으로 뚝 떨어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표정.)
노파는 말 없이 웃으며,
제 손에서 긴 목걸이를 늘어뜨린 후...
당신의 목에 걸어 줍니다.
목걸이의 끝에는 투명하게 빛나는 녹빛 수정이 걸려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목에 걸려 약간 흔들리는 목걸이 끝을 바라본다. 수정?)
막대 형태를 띈 녹빛 수정의 길이는,
겨우 손가락의 한 마디를 넘으며, 투박하게 깎여 있네요.
신비로운 빛이 수정 속에 감돕니다.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잠시 멍하게 있으면...
노파는 당신의 어깨를 슬쩍 밉니다.
...?
분명 가볍게 밀었는데,
당신은 그대로 뒤로 넘어집니다.
마치... 중력이 강해진 것처럼,
불가항력을 느끼며 바닥으로 느릿하게 떨어지는 당신의 귓가에...
노파의 짧고 온화한 웃음소리가 들린 것도 같습니다.
바닥에 머리가 닿는 순간,
눈 앞의 광경이 바뀝니다.
한 소녀가 작은 나무 의자에 앉은 채,
놀란 눈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침대?)
소녀의 두 눈은 깊은 숲처럼 녹빛으로 빛나며,
부스스하고 옅은 갈색머리카락이... 누군가를 연상시킵니다.
당신이 아는 그 사람.
비비엔:...괘, 괜찮아요?
그게, 갑자기... 앞에서 쓰러져서... 급한대로 집으로 데리고 왔거든요.
알리마 바야르:(비비엔?) ... 고맙습니다. 이제 괜찮아요. (당황한 채로도 어떻게든 말을 잇다가,) 집, 인가요?
(... 어린 비비엔?)
비비엔:으응... 다행이네요. 네, 우, 우리 집인데... (물끄러미...)
알리마 바야르:... 저기. 그, (...) 고맙지만... 나는 당신에게 낯선 사람일 텐데 집으로 데려와도 되는 건가요? (쓰러진 사람이지만.)
비비엔:...어, 어? ... ...죄, 죄송해요...?
모, 모르는 사람이니까... 두, 두고 오는 게 맞았을까요? 하지만... ... 걱정... 아니, 죄송해요...
알리마 바야르:네? (갑자기 왜?) ... ...
당신... ... (삼 초 망설이다가) 낯선 사람이 사탕 주면서 따라오라고 해도 따라가면 안 돼요.
과자도 안 돼요.
...
책도요.
비비엔:...응? ... 왜, 왜요? (동공지진...)
부, 부탁이라면... ... 따라가야 할 것 같은데...
알리마 바야르:위험하잖아요. (짧은 간극 후) 희귀도서라면...
...
그래도 안 돼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라고 해요. (어릴 때는 이랬구나.)
(커서는 전기 충격기도 잘 쓰던데.)
비비엔:...(동공지진...) 그, 그치만... ... ...
(곰곰... ...) 따라가지 말라는 것도... 부, 부탁인가요?
알리마 바야르:네. (단호!)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라고 할 건가요?
비비엔:그, 그러면... ... 으응? (눈 동그래짐...) 아, 아뇨...
알리마 바야르:(비비...) 그렇군요. 고마워요. (눈만 또륵 굴려 주변을 살폈다.)
(내 미래의 예비 친구 - 임시 친구 - 친구는 어릴 때...) ...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나.)
비비엔:(...)
안에서 봐선 특별할 것 없는 가정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포근한 나무 침대와 가벼운 여름 이불이,
단정하게 당신의 위에 덮여 있는 정갈한 방이네요.
침대 맡 여린 색 나무로 만들어진 선반에는...
각종 식물학과 천문학 서적들이 쌓인 채 즐비합니다.
바깥과 연결되어 방 한 면을 전부 채운,
한 뼘 정도 열린 여닫이 문을 통해 정갈한 저택의 뒤뜰이 살짝 보입니다.
느릿하게 돌아가는 작은 구형 철제 선풍기 소리가 온 방을 나른하게 적십니다.
여닫이 문을 바라보고 있는 방의 면엔,
짙은 색 나무로 만들어진 책장이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어쩐지 방의 주인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만 같은 기본적인 책장...
책장에 꽉 차 있는,
오래 된 서적들의 종이 향이 방을 옅지만 확실하게 메웁니다.
작은 소녀가 당신을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혼자만 길을 잃고 이곳으로 떨어진 것 같아서 어쩐지 조금...)(외로워졌다.) 으음. 일어났으니까 ... (책장을 눈으로 살피다가 다시 비비엔에게 시선을 향하고,)
비비엔:...그으, 혹시... 어, 어디... 많이 아픈건가요? (물끄러미...)
알리마 바야르:... 나가볼게요?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요. (말하다가,)
그건 ... (아픈 건가?)
... .... 비밀이에요. (미미하게 웃음지었다.)
비비엔:아, 아까까지 쓰러져 있었잖아요. ... 조, 조금만 더 누워 있으세요.
....(... 진짜 아픈가봐...) 어차피... 여, 여기는... 손님방이니까 괜찮아요.
알리마 바야르:낯선 사람을 그렇게 막... 손님방에 들이다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래요 ...
비비엔:엇.... ... (손 꼼질...) 저기...나쁜 사람이신가요?
알리마 바야르:….
네.
비비엔:헉...
엇,어... 어떡하지... (물끄러미 보면서 조금 뒷걸음질...) 어... 어느정도 나쁜가요?
알리마 바야르:나쁜 사람이에요. (증거는 없다.) 어느 정도냐면,
(조금 고민하다가) 쓰러진 걸 데리고 와준 사람에게 이름을 말하지 못할 만큼?
비비엔:... ...(어느정도 나쁜건지 전혀 모르겠어서 잠깐 고장남...) ? ...저, 저는... 비비엔 프레이르... 에요.
알리마 바야르:나는…
...
(이 시간대에도 내가 있기는 하겠지.) 이름 하나 지어줄래요?
비비엔:... ...! ...!!
이, 이름이... 없나요? 죄, 죄... .죄송합니다...
알리마 바야르:네에.(뻔뻔..) 저기, 나 당신... 그렇게 불러도 상관없어요, 비비엔.
비비엔:... ... (우물쭈물...) 그, 그러... 그러면... 안되죠. 지, 지어드릴게요.
(... ... 한참 정적.) 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식물인데. 라, 라일락... 어떠세요? 예뻐요...
알리마 바야르:지어줄 건가요? (기대) 라일락.
제일 좋아하는 식물 이름을 붙여주다니, 조금 감동인걸요. 그래요, 라일락으로.
비비엔:...마, 마음에 드세요?
알리마 바야르:네에. (무언가 생각하듯 침묵하다가) 전에 친구에게 라일락을 받은 적이 있었죠. 예뻤어요.
비비엔:... ...네? 죄, 죄송해요... 다시 말해주시겠어요?
알리마 바야르:(고개 살짝 기울였다.)
... 으음...
아니에요, 아무것도.
비비엔:(궁금...한.. 표정...) ...네에...
알리마 바야르:(표정에 생각이 드러나는 편이네...)
... 누워있어야 하나요? 건강… 한데.
비비엔:그, 그치만... 갑자기 쓰러졌는데.... ...?
아, 안 건강... 한 것 같은데요...
알리마 바야르:그건.
...
수면부족 때문이에요. (진지한 표정)
이제 건강해.
비비엔:그, 그럼... 기면증...?
조, 조금밖에 안 잤는데...
알리마 바야르:...
(비비...)
(이때도 고집이 강했어?)
알겠어요 ... (얌전히 다시 눕는다...)
비비엔:(여름 이불 슬쩍 끌어올려 덮어준다...)
당신과 비비엔이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마치면...
방에 누군가가 들어옵니다.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비엔과 같은 부스스한 머리를 가졌으나,
한때 짙은 색이었을 머리칼은 빛이 바래...
나긋하게 옅은 회색빛을 띄고 있습니다.
숲을 닮은 짙은 녹안을 가지고 있으며,
큰 키가... 어쩐지 설명할 수 없는 위압감을 풍깁니다.
미스테리한 분위기와 위압감이 어쩐지 움츠러들게 합니다.
그는 당신의 목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알리마 바야르:...
(왜?)
글쎄요... 목을 볼까요?
알리마 바야르:(목걸이? ... 일단..본다.)
녹빛 수정 목걸이가 걸려있습니다.
그는 수정 목걸이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비비엔에게 잠시 자리를 비워 달라 부탁합니다.
비비엔:...네에... (라일락 흘끔...)
비비엔은 한 뼘 열려 있던 여닫이 문을 열고 저택 바깥으로 나가고...
그는 비비엔이 앉아 있던 자리를 메웁니다.
말 없이 가만 내려다 보더니...
느린 손길로 당신의 머리를 걷어,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댑니다.
알리마 바야르:... ... ...
레이몬드 프레이르: 흠, 다행히 열은 없네만.
레이몬드가 중얼거립니다.
그는 곧 당신의 이마에 대었던 손을 목 부근으로 옮긴 후,
수정을 들어올려 찬찬히 살핍니다.
레이몬드 프레이르: ...선물을 받았군?
알리마 바야르:... 네에. (선물인 건 어떻게?) ... 어떻게.
그는 조용히 웃기만 하고, 답하지 않습니다.
알리마 바야르:(가만히 시선을 굴리다가 몸을 일으,)
(..켜도 될지 눈치를 살펴본다.)
레이몬드 프레이르: (가만 응시한다.) 어디 불편한가?
알리마 바야르:(모르는 어른이 갑자기 앞에 앉아서 이마에 손도 대고 이것저것 살피는데 불편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아니요. 그게…
… (서먹) 누워있으라고 해서, (비비...) 이제 건강한데.
레이몬드 프레이르: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봤으면 그 애 성정에 걱정을 안 하기는 힘들겠지... 흠. 건강한 게 맞나? 내가 보기에도 조금 더 누워있는 게 나을 듯싶네만.
알리마 바야르:(부정하고 싶은데 부정하기가 어렵다.) 네에…. (말끝을 길게 끌었다. 비비엔이 덮어주고 간 여름 이불만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다가,) 가족이신가요?
레이몬드 프레이르: ? 꽤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젊은이 눈에는 아닌 모양이구먼. (피식 웃는다.) 내 손녀라네.
알리마 바야르:닮으셨어요. (그냥 닮은 걸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 프레이르 씨?
침대 감사합니다.(얌전..)
레이몬드 프레이르: 편히 부르게. 그냥 할아버지도 괜찮고. 나이 차이는 좀 나지만... 일단은, 손녀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나 원 참, 별말을 다 하는구만.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큼. 어쨌든...
자네가 여기에 온 걸 보면...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인 게야, 그렇지?
알리마 바야르:... ?
... ... (물러서고 싶은데 누워있어서 물러설 수가 없다.) 혹시 생각을 읽을 줄 아시나요? (편견 없는 질문)
레이몬드 프레이르: ?
농담하는 겐가? 오래 살았지만 그런 재주는 없네.
알리마 바야르:(미래에 무슨 일이 생겼던 건 어떻게 아셨지?) 네에 ... ... (불신)
(비비는 괜찮을까?) 저는 평범한 사람인데 갑자기 미래는 왜, ... (일단 잡아떼어보았다.)
레이몬드 프레이르: (푸스스 웃는다.) 그렇구만. 뭐, 괜히 말할 것 없네. 그냥 편히 쉬다 가게나. 얼마든지 머물러도 좋으니.
레이몬드는 느릿하게 여닫이 문으로 다가가더니,
저택의 뒤뜰에 앉아 있는 비비엔을 부릅니다.
그러곤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더니,
레이몬드는 그대로 여닫이 문 너머로 사라집니다.
알리마 바야르:(혼자 남겨졌다.) ... (스윽.. 일어난다.)
비비엔은 곧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비비엔:...(쭈뼛쭈뼛... 다가온다.) 라일락.
기운이라도 좀 차리라고... 할아버지께서 저택이라도 여기 저기 데리고 보여주라고 하시는데... 괘,괜찮으면...
산책 할래요? 거, 걸을 수 있으면 같이 가요... (조심스레 손 내민다.)
알리마 바야르:(... 나를 종잇조각보다 약한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물론, 걸을 수 있어. (내밀어진 손 위에 손을 얹었다.) 저택 구경을 시켜주려고요?
(침대에서 살며시 일어섰다.)
비비엔:(잠깐 비틀... 하다가 꿋꿋하게 버텼다.) 네..! 음... 서재랑... 뒤뜰이랑... 음, 정문도 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어, 어디부터 갈래요?
알리마 바야르:(잠깐 비틀거린 것 같은데... 손 놓을까?) ... 놓을까요? (머뭇..) 서재부터.
비비엔:으, 으응? 아냐... 저 괘,괜찮아요...! (잡은 손에 쪼끔... 힘을 준다.) 그, 그럼 가요...
둥그런 방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장소들처럼 거대하고 웅장하지는 않으나,
적당한 양의 햇빛과 먼지가 나른하게 떠 다닙니다.
많은 책들이 알 수 없는 언어로 되어 있으며,
여러 가지 언어가 섞인 책들이 있습니다.
눈에 띄는 책이 한 권, 당신의 눈높이에 꽂혀 있습니다.
책의 이름은 [정글 나무 대백과]... 네요.
알리마 바야르:(방 안을 둘러보다가 눈높이에 있는 책의 책등을 살폈다.) 정글 나무 대백과?
비비엔:앗... 그건 얼마 전에 산 책이라서 저도 아직 안 읽어 봤는데... 구, 궁금하세요?
알리마 바야르:조금요. 그렇지만 새 책이라니… 나중에, 다 읽고 나서 빌려주겠어요? (그때까지 여기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비엔:...? 왜, 왜요? 먼저 읽어도 나는 괜찮은데...
할아버지도 괜찮다고 할텐데... ...
알리마 바야르:그렇지만, (…) 네에. 그러면 조금만 볼게요. (그때 보았던 책인지 궁금해.)
(정글 나무 대백과를 꺼내 살폈다.)
【정글 나무 대백과】
정글의 나무들이 몇 종 정리되어 있는 백과사전입니다.
종이가 나름 빳빳한 걸 보아 최근에 만들어진 책인 것 같습니다.
오직 책의 제목과 나무들의 제목만이 영어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읽을 수 없는 언어입니다.
다행히 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윔바], [브라질 넛], [마호가니], [루푸나], [피커스]
다섯 종의 나무들이 정리되어 있네요.
어디에서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삽화가 무척이나 자세하고,
설명도 무척이나 방대하지만... 읽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익숙하네요.
알리마 바야르:식물을 좋아하나요?
(책을 덮고 제자리에 꽂았다.)
비비엔:응? 음... ... 아마도... 요.
알리마 바야르:음… (책장을 멍하니 보다가 비비엔을 향해 느리게 시선을 돌린다.) 닮았네요. 숲과.
비비엔:(꿈뻑...) 숲이랑요? ...저, 저요? (동공 지진.... 흘끔 뒤 둘러본다.)
알리마 바야르:당신이요. 여기엔 당신밖에 없잖아요? 비비.
(.. 방금 비비라고 말했나?)
비비엔:(갑작스레 불린 애칭에 멈칫...) 그, 그렇구나... ... 네에... (어색하게 끄덕끄덕하고는 베시시 웃는다.) 라, 라일락은... 노을을 닮았어요. 딱 이 시간쯤의...
알리마 바야르:글쎄 ... (알겠다고도, 아니라고도 하지 않고 가만 있다가)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곧 밤이 오겠네요. (창 밖에 짧게 시선을 두다가 거두었다. 여러 언어가 섞인 책들을 살피고.) 이 언어들을 전부 아는 건가요.
비비엔:다, 닮았어요. (괜히 한 번 더 말하다가, 어찌 됐든 수긍하는 투에 헤헤 웃는다.) 그, 그러기 전에는 다 둘러볼 수 있을거에요. (네 말에 곰곰...) 그게, 완전히 능숙하지는 않지만요... 어, 어느 정도는...?
알리마 바야르:멋지네요. (괜히 서재 한번 더 둘러보고) 뒤뜰도 보여주겠어요?
가볍게 둘러보면, 특별한 책을 찾을 수는 없지만...
이런 저런 학문에 관련된 책이 많네요.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한 선반에는 주로 우주의 형상이 그려진 천문학 책이 꽂혀 있으며,
비비엔의 눈높이에 가까운 선반에는...
손때가 탄 각종 식물 사전이 꽂혀 있습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비비엔의 이름이 적혀 있는 책도 보이고요.
알리마 바야르:(삐뚤빼뚤.)
비비엔:그, 그럼... 갈까요...? (손 잡고 끌다가 멈칫...)
알리마 바야르:(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름 적어둔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가...) ... 네에.
(저 책은?) 저 책은 어떤 책인가요?
비비엔:... ...으, 응? 무, 무슨 책이요? (옆에 있는 책 이름 읽어준다.) 아름다운 로, 로즈마리의 활용법 103선...?
알리마 바야르:(갸웃) 이름이 적혀있는 책이요.
비비엔:... 앗. 그, 그건...
(머뭇...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자, 잠자는 숲속의 공주... ... ...
알리마 바야르:옛날옛적에 아름다운 공주님이 태어났답니다. 공주의 탄생 기념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마법사 (-판본에 따라 마녀나 요정으로 대체됨 - )는 공주에게 저주를 걸었고 ... 로 시작되는,
그 동화?
비비엔:...
알리마 바야르:… 좋아하나요?
비비엔:....
으, 응... (끄덕끄덕....)
알리마 바야르:(귀여워하는 시선..)
비비엔:... .... (슬쩍... 피하고 손 끌기) 뒤, 뒤뜰... 가요...!
알리마 바야르:알겠어요. (총총 따라간다.)
프레이르 저택의 뒤뜰.
여닫이 문을 통해 바라 본 방의 너머입니다.
부서진 보석의 파편처럼 노을의 빛을 잔잔하게 비추어 보이는 인공 호수와,
적당한 길이로 다정하게 다듬어진 풀들이 다리를 간질입니다.
작은 원통형 물레방아가 일정한 리듬에 맞춰 가끔 또각이는 소리를 내며,
낮은 풀벌레 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사랑으로 가꾸어진 것 같은 예쁘고 희귀한 식물들이 자리하고 있네요.
고급스럽게 어두운 나무빛을 띄는 저택의 한 면으로 담쟁이가 자라고 있습니다.
비비엔:(슬금 눈치 살핀다...) 다, 닮았어요...
알리마 바야르:… (빠안..)
모르겠는걸요. (시선 돌리고..) 누가 가꾼 뜰인가요?
비비엔:(눈 피하려다가 같이 빠안...) 하, 할아버지가... ... ...저도 조금 도, 도와드리긴 했지만요.
알리마 바야르:(그대로 자랐구나.) 멋진 뜰이네요. (허리를 살짝 굽혀 식물을 들여다보다가 자세를 바로 했다.)
비비엔:응...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자, 잘 꾸며진 정원을 보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할아버지가 그래서. (호수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펴, 편해지니까.
라일락도 그런가요...?
알리마 바야르:생각해본 적 없어. (함께 호수 물끄럼..) 정원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비비엔을 바라본다.)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죠.
불편한 사람과 함께한다면 정원을 봐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지. 그렇지만… (머뭇...)
... 지금은 편해.
비비엔:그, 그렇구나... 저는 할아버지랑 같이, 아니면 혼자 봐서... (곰곰...)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서 같은 곳을 봐도 마음이 다를수도... 있군요.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이다가, 편하다는 말에 베시시 웃는다.) 그럼 다, 다행이에요.
알리마 바야르:(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반 걸음 물러섰다.) 정원도 보여줄래요?
비비엔:(갸웃...) 저, 정문... 말하는거죠?
알리마 바야르:(아.) 네에.
무거워 보이는 문입니다.
알리마 바야르: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조금 무겁지만... 몸으로 밀어 열 수 있습니다.
문 앞에는 작은 나무 명패가 붙어 있습니다.
[Raymond Freyr :: ASTROLOGIST]
명패는 굉장히 정갈하며,
잘 다듬어진 것 같은 매끈한 표면이 어두운 나무빛을 띕니다.
글자는 음각에 금박 처리가 되어 있으며,
나무 결이 선명해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알리마 바야르:... (레이몬드 프레이르.)
명패에서 눈을 떼면...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비엔이 정문의 위를 바라보고 있네요.
그게 아니라도, 저택 앞을 둘러보자마자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정문 전체가 잘 다듬어진 담쟁이로 덮여 있다는 사실과,
저택 전체를 높게 솟은 나무들과 잘 가꾸어진 꽃나무들이 둘러 싸고 있다는 것을.
해가 거의 져 가네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비비엔:...(손 살짝 당긴다.) 드, 들어갈까요...?
알리마 바야르:(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 시선을 내렸다. 작은 손..) 더 머물도록 해주려고요?
비비엔:응? 네, 네에... 할아버지 손님들은... 늘... 꽤 많이 자고 가셨으니까? (슬쩍 눈치 보고...) 라,라일락은 제 손님이니까요...
알리마 바야르:...
(참. 잘 곳이 없었지.) 그러면 하루만, 부탁할게요.
비비엔:(파아앗....) 응!
...그, 근데...더 있어도 돼요...!
알리마 바야르:(파아앗.. 귀여워하는 시선.)
네에. 그건 내일 생각해보죠. 들어갈게요.
비비엔:네에... 들어가요. (손 잡고 총총...)
다시 거실로 돌아오자, 레이몬드가 차를 한 잔 마시고 있습니다.
그는 비비엔과 당신을 바라보더니,
당신을 향해 작게 웃으며 손짓을 합니다.
레이몬드 프레이르: 자네. 잠시 따라와 보겠나?
알리마 바야르:.. (머뭇....)
(비비엔을 본다.)
비비엔:(할아버지 한번 보고... 느릿느릿 손 놓아준다.)
알리마 바야르:다녀올게요. (총총... 손짓을 따라간다.)
곧 서재로 당신을 이끌며,
서재의 한 구석에서 먼지가 겹겹이 쌓여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고서를 꺼냅니다.
당신을 앞에 세워둔 그는,
눈을 반짝이며 고서의 페이지를 뒤적거리다...
어떤 수정이 그려진 페이지에서 멈춥니다.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거, 목에 걸려있는 수정과 동일하게 생겼네요.
레이몬드는 수정이 그려진 페이지를,
계속, 계속... 계속 바라봅니다.
알리마 바야르:...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의 표정에서...
다음과 같은 표정들을 순차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슬픔, 다음은 공포, 다음은 희망, 다음은 행복.
레이몬드 프레이르: ...자네가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네.
일렬로 서는 별들이 자네에게 힘을 줄 게야.
무운을 빌지. 밤이 늦었는데 슬슬 쉬도록 하게나.
그는 당신이 처음 깨어났던 손님 방으로 이끕니다.
알리마 바야르:(아까 그 페이지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말하지도 않은 채 쫑쫑 따라간다.)
앉으라는 듯 침대를 툭툭 친 후,
레이몬드 프레이르: 수고 많네.
알리마 바야르:… 이 수정을 아시나요? (묻고는 침대에 앉았다.)
레이몬드 프레이르: (말 없이 웃는다.) 글쎄...
늙은이는 영 기억력이 좋지 못해서 말일세.
알리마 바야르:(알면서...)
(빠안...)
레이몬드 프레이르: 그리 봐도 나는 잘 모르겠구만... 자네도 이만 자게나. 그래야 내일 뭐라도 할 게 아닌가.
레이몬드는 곧 당신을 뒤로 하고 방을 나서네요.
알리마 바야르:...
(이번엔 정말로 혼자가 되었다.)
(방 안을 둘러보다가 침대를 손끝으로 폭..꾺꾹.. 눌러보았다. 이제 무얼 해야 할까.) 돌아가는 법은, ...
...
수리? (어떻게? 대답도 못 듣고 이곳으로 떨어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순간 긴장이 풀린 탓인지 잠이 몰려옵니다.
침대 맡의 책 세 권이 눈에 띄네요.
알리마 바야르:(졸린 눈으로 책 표지를 살펴본다.)
순서대로 레이몬드의 것으로 보이는 【낡은 수첩】, 검은 색의 두꺼운 【마야 문명 속의 천체들】 한 권, 그리고 소설 【리지아】.
알리마 바야르:(낡은 수첩부터 펼쳤다.)
【낡은 수첩】
한 손에 들어오는 깔끔한 갈색의 가죽 수첩입니다.
손때가 조금 탔지만...
정갈하게 관리되었다는 인상을 풍깁니다.
첫 장을 제외하면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적혀있는 글 뿐입니다.
이미지
[밤하늘이 손님이 오시리라는 사실을 예견한다. 또한 식▒들▒ ▒합▒ 정▒. 친우는 요즘 따라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 손님을 기다리는 것일까?]
[별들이 일렬로 서는 밤엔 신화와 현실의 경계가 무뎌져 달빛에 신화의 힘이 스며든다. 이 힘을 담아두는 방법이 있었다면...]
[29일에 조화파수렴이 일어날 징조가 보인다. 1987년 이후 57년의 간극.]
이미지
수첩을 읽은 리마...
알리마 바야르:(별들이 일렬로 서는 밤. 힘을 담아두는 방법?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조금 졸렸지만... 흥미로운 내용에 눈이 뜨입니다.
다른 책도 읽어볼까요.
알리마 바야르:(마야 문명 속의 천체들을 펼친다.)
[마야 문명 속의 천체들]
무척이나 오래 되어 보이는 책입니다.
밤하늘을 닮은 검은 색의 두꺼운 표지에...
황금색의 천체 지도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네요.
이 두꺼운 천문학 서적엔 책갈피가 끼워져 있습니다.
책의 전문은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쓰여 있지만,
책갈피가 끼워진 페이지에는,
당신이 읽을 수 있는 언어로 휘갈겨진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조화파수렴이란 우리 은하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일렬로 줄을 서게 되는 현상이다. 세레스와 명왕성, 또한 제 9행성을 포함하지 않으며...]
아래에 다른 색의 펜으로 첨언이 쓰여 있습니다.
[행성들이 줄을 서는 밤엔 신화의 축복이 있으리라.]
알리마 바야르: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마지막 한 권도 읽어볼까요.
알리마 바야르:(리지아도 본다.)
【리지아】
에드거 앨런 포의 책입니다.
책을 열자, 텅 빈 페이지들이 반복됩니다.
페이지를 계속 넘기면, 단 한 장에만 활자가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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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죽음을 거부하는 의지가 그곳에 있다. 의지와 그것이 지닌 활력을 아는가? 신이란 집중된 의도로 모든 존재에 스며드는 거대한 의지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연약한 의지라는 단점만 지니지 않았더라면 천사에게도 죽음에게도 완전히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래 작게 적혀 있는 손글씨.
[결국 인간은 그 의지로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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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마 바야르:(활자가 쓰여있는 페이지를 물끄러미 보다가 책을 덮었다. 죽음을 거부하는 의지?)
(의지만으로 살 수는 없을 텐데.)
(책 세 권을 정리해 제자리에 두고 ...) ... (누웠다.)
당신은 자리를 정리하고 누웠습니다.
뒤늦게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베개가 유난히 폭신합니다.
눈을 감으면...
깜빡, 깜빡, 깜빡.
잠깐의 간극 후 눈 앞이 환해집니다.
알리마 바야르: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세계정부 측에서는 소수정예의 팀으로 이루어진 각국의 가장 유망한 과학자들을 세계정부의 과학실로 초대했으며, 현재 인공 식물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언젠가, 이미 들어 본 방송이네요.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선 한 구석에 스크린이 보입니다.
스크린에는 어딘지 익숙한 사람들의 얼굴이 주욱 뜹니다.
실험실 가운을 입은 모습인 걸로 보아...
아무래도 아까 설명한 과학자들의 얼굴 같습니다.
빠르게 넘어가는 얼굴들의 사이에...
누군가의 얼굴이 얼핏 보인 것도 같습니다.
그 순간, 주위가 웅성입니다.
당신의 뒤에서 작은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알리마 바야르:...?
(뒤를 돌아본다.)
뒤를 돌아보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또 다른 자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알리마 바야르: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산치 1 감소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옆엔 익숙한 얼굴, 비비엔이 서 있습니다.
이미 했던 대화.
이미 와 본 장소.
이미 겪은 일.
당신은 이곳이 꿈이라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
"... 친구. ... ... 예비 친구로 하죠."
"네? 왜 예비가 붙죠? 약혼 같은 건가요?"
"... 그런 걸로 쳐요. 네..."
"그럼 언제쯤 확실하게 친구가 되나요?"
"제가 당신을 믿을 수 있게 되면요."
....
"그런가요? 아직 확신이 부족한데. 시간이 해결해 주려나? ... ...이럴 수가, 예상은 했는데 막상 들으니까 조금 상처받은 것 같아요."
"확신이 필요해요? 부족하다면 ... 앞으로도 확신하지 말아요."
"... ... 왜요? 하고 싶은데. 하면 당신도 좋을 텐데."
"... 왜 하고 싶어요?"
.....
" 늦게 들어오고, 높은 곳에 올라가고, 자주 다치고. 정적인 면이 별로 없었네요."
"걱정은 ... ... 네. .. 당신은 어떤 생활을 했나요."
"음, 아주 잔잔하고... 평범했어요. 무슨 생활이라고 하면 좋으려나? 으음... 식물로 가득 찬 생활이었다고 하면 대답이 될까요."
"식물로 가득 찬 생활? 지금도 비슷하네요."
"그렇죠, 비슷해요. ...비슷해야 하는데."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던 비비엔은,
곧 '다른' 당신에게 자연스레 자신의 가운과 방독면을 꺼내 건네줍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추고...
세계정부의 건물이 조금씩 잿빛으로 변하더니,
모든 건물들이 느릿하게 재가 되어,
마치 바람 앞의 모래성처럼 무너집니다.
하늘에서 나풀거리는 회색 눈이 조용하게 쌓이기 시작합니다.
아니, 이건 화산재를 닮았습니다.
차갑지 않은 이 회색 눈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바닥에 쌓이기 시작하며,
그와 동시에 잿빛으로 무너지던 빌딩 건물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비엔에게 방독면을 건네받은 꿈 속의 다른 당신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힘없이 바람에 나풀거리며 허공으로 흩날립니다.
아무 것도, 아무런 미동도 없습니다.
콰광-
알리마 바야르:...
갑자기 천둥 소리가 짧게 들리더니...
모든 것이 어둠에 휩싸입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하다 못해 제 자신이 존재하는지조차,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어둠입니다.
그 순간, 번개가 칩니다.
번쩍, 온 주변이 빛납니다.
비비엔의 뒷모습과 거리가 반으로 좁혀졌습니다.
순간 그의 모습이 보였다가,
곧 번개의 불빛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어둠에 휩싸입니다.
알리마 바야르:...비비.
번쩍, 짧고 우렁찬 소리와 함께 또 번개가 칩니다.
다시 한번 엄청난 빛이 주변의 폐허를 밝힙니다.
비비엔은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습니다.
익숙해진 어둠이 다시 모든 것을 삼킵니다.
짧은 간극 이후, 마지막으로 번개가 치고...
눈부신 빛이 모든 것을 밝힙니다.
그저 미동 없던 그의 뒷모습은 이제 바로 앞에 있습니다.
순간, 비비엔이 뒤를 돌아봅니다.
당신의 두 눈이, 그의 깊은 숲과 같이 반짝이는 두 눈동자와 마주칩니다.
비비엔 프레이르: 어서 돌아와.
...
당신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눈을 뜨자 축축하게 젖은 뒷목이 느껴집니다.
식은땀이네요.
평소의 아침과 같은 시원한 바람보단...
어쩐지 더운 바람이 여닫이 문 너머로 불고 있습니다.
해가 조금 시들하게 뜬 것을 보니 늦게 일어난 것 같네요.
매미 소리가 들리며, 속삭이는 소리를 닮은 여름 바람이 정원의 풀을 흔듭니다.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알리마 바야르:(천천히 눈을 깜박이다가 몸을 일으켰다.) 네에.
문이 조심스레 열리며... 비비엔이 문 너머로 고개를 내밉니다.
비비엔:...이, 일어났어요? 너무 안 나와서... 다시 쓰러진 줄 알고...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알리마 바야르:그렇게 약하지는 않다니까... 그래요.
(앉은 채로 머리카락을 슥슥 정리했다. 차분해진 머리카락...)
비비엔:이, 이렇게 오래 자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머, 멀리 여행이라도 온 사람 같아. (정리하는 걸 보곤 눈 동그래졌다가...) 자, 잠깐만요...! (후다닥 사라졌다가 빠르게 빗을 들고는 돌아왔다.) 여기... ... 빗.
알리마 바야르:여행? 틀린 말도 아니죠. (빗을 받아들었다.) 고마워요. (빗으로 샥샥..) 내가 오래 잠들었나요? (몇 시지?)
비비엔:아니에요...? (갸웃... 하다가 차분해지는 머리카락에 신기한 눈으로 구경한다.) 네에. 아침부터 기다렸거든요... 지금은 저, 점심이에요. 한시 십분 정도?
알리마 바야르:(...)
기다렸나요. (쪼끔 미안해졌다.) 좋은 점심, 비비.
비비엔:네에... 사, 사실... 어제 안 보여준 곳이 있거든요. (슬쩍... 눈치 본다.) 으응, 라일락도 조, 좋은 점심이에요. 잘 잔 것 같아서 다행이구요...
알리마 바야르:(빗 돌려주며..) 어제 안 보여준 곳?
더 구경시켜 줄 건가요?
비비엔:(빗 챱 받아서... 혹시 모르니까 탁자에 둔다.) 네에... 제, 제방인데. 그래서 오늘 일찍 일어나서 청소했거든요... (손 꼬물...) 어제는, 준비가 안돼서. 조금 부끄러워서... 그래도 소, 손님이라면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물끄러미 올려본다.) 라일락만 괜찮으면... 자, 잠깐 올래요...?
알리마 바야르:... (살짝 웃었다.) 그래요. (자리에서 일어선다.) 보여주겠다니 영광이에요.
비비엔은 당신이 일어나는 걸 기다렸다가, 함께 방을 나섭니다.
한 발짝 앞에서 걷는 비비엔.
거실 한 구석의 문 앞으로 당신을 이끌곤,
문을 조금 연 채 당신에게 문의 손잡이를 쥐어줍니다.
알리마 바야르:...?
(손잡이를... 당긴다?)
손잡이를 당기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녹빛.
이건... 식물의 요람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벽을 타고 자란 깔끔하게 다듬어진 담쟁이,
창가에 일렬로 세워진 처음 보는 난색 식물들의 화분,
책상 옆의 커다란 난초, 보라색부터 분홍색을 띄는 형형색색의 꽃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해 보이는 식물들,
천장에 붙어 있는 선풍기 날 위로 겹겹이 자란 아름다운 덩굴,
책상 위의 작고 여린 라일락 화분...
이런 건 생전 본 적이 없습니다.
당신의 뒤에서 머쓱하게 제 머리를 헝크는 비비엔.
비비엔:...으음... 조, 조금 이상하죠? 그래서... 어쩐지, 보여주기 부끄러워서...
알리마 바야르:식물의 방인가요? 아름다워요. (방을 둘러보다가 라일락 화분에 시선을 고정했다.) ... 라일락.
비비엔:(내, 내 방인데... 잠깐 굳었다가 끄덕끄덕) 비, 비슷해요... 앗.
비비엔은 제 책상 위로 다가가더니...
라일락 화분을 한번 손으로 훑습니다.
비비엔:라일락이... 좋아요. 색이 너무 예쁘니까. (만지작...) 어, 어른이 되면... 누군가한테 선물하고 싶은 꽃이기도 하고요. 혼자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예뻐서... (동의를 구하는 듯 물끄러미 본다.)
알리마 바야르:네에.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예뻐요. 선물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이라면.
비비엔:...! (파아앗...) 고맙습니다... 라, 라일락한테도 주고 싶은데. 이건 아직 자라는 중이라서. 조금 더 자라고 나면 드릴... (말하다가 멈칫...) 드릴 수 있을까요...
알리마 바야르:… 으응... 확답은 못하겠는걸.
비비엔:(시무룩.....) 네에...
알리마 바야르:(돌아가야 해.)
비비엔:(빤히...) 어, 얼마나 더 있으실거에요...?
알리마 바야르:… 그것도. 아직은.
(눈을 맞춘다.) 궁금해요?
비비엔:(가까워져서 조금 멈칫... 눈 굴리다가 끄덕끄덕...)
알리마 바야르:하늘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는 밤이 지나면? (두루뭉술하게 답하고 고개를 기울인다.) 확실하지는 않아.
비비엔:하늘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는... 아.
그.. 그러고보니까. 망원경을 드디어 고쳤거든요. ...엇, 얘기... 안 했었나?(잠깐 기억 더듬는듯 멈춤...) 아, 안한것 같은... 아무튼 보여드리고 싶은게 있으니까... 별을 보러 가요.
알리마 바야르:별을요?
(망원경을 가지고 있었나.) …그래요.
별도 좋아하나요?
비비엔:별... 좋아해요. 식물이랑은 다, 다른 느낌이고... 아득한 느낌이 좋아서... (곰곰...) 뭐, 뭔가 알려주는 느낌? 도 있잖아요.
알리마 바야르:아득하고 아름답죠. (어깨를 짧게 으쓱이곤 가자는 듯 옆에 선다.)
비비엔:맞아요...
아이는 당신을 이끌고 저택의 한 구석으로 향합니다.
벽을 더듬더니, 벽과 같은 색으로 솟아 나온 작은 손잡이를 잡아 당기네요.
그러자, 틈이 매우 작도록 벽에 완벽하게 꼭 맞아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문이...
천천히 열립니다.
문은 한 사람 정도가 딱 맞게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네요.
문이 완전히 열리면...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비비엔이 먼저 계단을 오릅니다.
문에 정신이 팔린 당신은, 아이를 따라 들어가려다...
발에 무언가가 채여 넘어진 후 계단이 있다는 걸 깨닿습니다.
비비엔:이 계단은 옥상으로 통하는 유, 유일한 곳인... 아?
알리마 바야르:(콩)
비비엔:라일락... 괘, 괜찮아요? (후다닥 내려와서는 팔을 붙잡는다.)
알리마 바야르:(무릎을 톡톡..) 괜찮아요. 계단을 못 봤어.
비비엔:서, 설명해드릴걸... 죄송해요...
알리마 바야르:(왜 사과하는 거지? 조금 의아해하는 눈치로 비비엔을 바라본다. 팔을 붙잡았나?) 아니요…. 문이 귀엽네요. (벽에 꼭 맞고.)
비비엔:(팔을 꼬옥 붙잡고... 슬쩍 끌어온다.) 음, 저, 저한테는 넓지만... 네에. 어른들한테는 좁긴 한 것 같아요... 그치만 옥상으로 가려면 어쩔 수가 없어서.
알리마 바야르:(끄는 방향으로 조심조심 따라간다.) 네에. 이제 넘어지지 않을 거예요. 보았으니까.
비비엔:네에, 그럼... 오, 올라가요. (자꾸 네 쪽을 보면서 한 칸씩 올라간다...)
알리마 바야르:(작은…비비.) 망원경은 누가 고쳤나요? (따라서 한 칸씩 올라간다.)
비비엔:(한 칸씩 올라오는 거 보고 눈 굴리다가 저벅... 저벅 뻣뻣하게 제대로 올라간다.) 아, 할아버지가요. 아끼시는 거거든요...
알리마 바야르:(제대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눈으로만 쪼끔 귀여워했다.) 그렇군요. (자박자박)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텅 빈 테라스를 닮은 넓은 옥상이 펼쳐집니다.
그새 해는 완전히 떨어졌으며,
광활한 하늘이 당신의 위로 펼쳐져 있습니다.
선선하고 어쩐지 심장을 뛰게 만드는 차가운 밤바람이 비비엔과 당신 머리칼을 흔들며,
옅은 색의 달이 떠 있습니다.
하늘은 도시에선 차마 보기 힘든 별빛으로 수놓아져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눈 깜박..)
(눈이 어둠에 적응을 덜 한 탓이다. 다시 본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테라스 중앙의 거대한 천체망원경이 보입니다.
알리마 바야르:(하늘을 빤히 올려다보다가 천체망원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많은 별은 처음 봐요.
비비엔:(헤실 웃는다.) 그렇죠? 꼭 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치만, 아세요?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망원경으로 보면 더 예뻐요.
알리마 바야르:(마주 웃었다.) 쓰는 방법, 알려줄래요? (양손을 두 뼘 길이만큼 벌려보이며) 이만한 망원경은 보았지만 저렇게 큰 건 처음이거든.
비비엔:(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이 되어서는 도리도리...) 그, 으으음... 쓰는 방법... 저도 잘 몰라서...! 아니, 할 수는 있는데 설명은 못하겠어요. 그래도 보, 보여드릴 수는 있어요.
알리마 바야르:(천체망원경 앞으로 총총) 그거면 충분해요. (물끄러미 본다.)
당신을 따라 망원경의 앞에 앉네요.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다시... 봐볼까?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망원경의 손잡이에는 음각으로 E라는 이니셜이 새겨져있네요.
렌즈에 눈을 맞추고,
알 수 없는 작은 조정기들과 겹겹의 렌즈들를 돌리며 망원경을 조정합니다.
잠시 후, 작게 웃음을 지은 비비엔은...
망원경을 고정시키고 떨어진 후,
당신에게 차례를 넘겨줍니다.
알리마 바야르:으음…. (넘겨준 자리에 서서 망원경 렌즈에 눈을 맞췄다.) 이렇게?
하늘의 별을 하나둘ㅡ그중에서도 특히 거문고자리의 큰 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던, 변화무쌍한 여섯 광도의 두 겹의 별을ㅡ망원경으로 자세히 관찰하다가 문득 똑같은 느낌이 든 적도 있다.
: 에드거 앨런 포, 리지아
망원경 속에서 두 별이 빛납니다.
다른 하나가 조금 더 작은, 두 겹의 식쌍성.
푸른 빛과 노란 빛으로 빛나는 두 별이...
당신의 눈 앞에서 그 밝기를 영묘하게 변화시킵니다.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비비엔:고, 곧 색이 변할거에요...
조금 더 바라보자, 푸른 빛은 아름다운 북극 오로라의 보라빛으로 빛나고...
노란 빛은 이글거리는 태양의 주황빛으로 느릿하게 변합니다.
알리마 바야르:(눈 깜박..) ……!
바뀌었어. (망원경에서 눈을 뗀다.) 예상한 거야?
망원경에서 눈을 떼면,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미소를 짓는 비비엔과 눈이 마주칩니다.
비비엔:네에. 기다리고 있던 별이거든요. 저, 정말 예쁘죠...? (눈 반짝...) 이 별의 색이 이런 빛을 내는 건, 행성들이 곧 한 줄로 설 징조라고 하셔서... 기대돼서 여, 열심히 찾아봤어요.
알리마 바야르:별의 색이 변하는 걸 직접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네. 고마워요. 이 빛이 행성들이 한 줄로 설 징조라면… (행성과 별들이 일렬로 서는 밤….) 그 날 밤은 아름답겠군요. 오늘의 하늘보다 더요.
비비엔:뭐, 뭘요... (쑥스러워서 슬쩍.. 다른 곳 본채로 말을 잇는다.) 아, 곧... 이라는 건. 으으음, 제 생각일 뿐이니까 화,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일쯤일 것 같다는 뜻이었어요... 아마도..? 그치만 더 예쁠 거라는 말은 맞을 거예요... (괜히 망원경을 만지작거리다가 작게 덧붙인다.) 기다리는 동안... 매일 일어날 것만 같으면서도 멀리 있는 기분이 드는 일이었는데. 이제 정말로 곧이네요.
알리마 바야르:(수정 목걸이를 한 번 만지작, 가볍게 손 안에서 굴리고선 말을 이었다.) 당신의 예상이 맞을 거예요. (미래의 천재 과학자니까.) 으음, 아마도? (짧게 뜸들였다. 확실하지도 않으니까, 인사는 미뤄도 되겠지.) 행성들이 일렬로 선다면….
길처럼 보이겠군요. 밤하늘에 난.
비비엔:(수정 목걸이 잠깐 응시했다가, 다시 네게로 시선을 돌린다.) ... 왜,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는 할아버지처럼 잘 아는 건 아닌데... (틀릴까 봐 안절부절... 하다가 아마도,라는 말이 붙어 조금 안심한 채 방긋 웃는다.) 그, 그렇겠죠? 어쩌면 화려한 북두칠성 같은 느낌일지도... 모르겠어요. 음, 훨씬 아름답겠지만.
알리마 바야르:직감이에요. (미미하게 웃음지었다. 그때까지 여기에 남아있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같이 볼 수 있을까….
비비엔:...라, 라일락의 직감이라면.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인다.) 같이... 볼 수 있어요. 제가 시간을 꼭 마, 맞춰볼게요... 할아버지한테도 여쭤볼 거고요...!
알리마 바야르:(자세를 약간 낮추며 시선을 맞췄다.) 그래요? … (살짝 머뭇..) 기다릴게요.
비비엔:(맞춰진 눈높이에 조금 눈이 커졌다가, 이내 헤실 웃고는) 네에. 라, 라일락이 혹시 자고 있더라도... 제가 그전에 깨울 테니까 괜찮아요...! (이거 말고는 못 볼만한 상황이 없겠지... 하는 표정으로 잠시 고민하다가 슬쩍 옷자락 쥔다.) 그, 그럼... 슬슬 추우니까 들어갈까요...? 하, 할아버지가 주무시기 전에 여쭤봐야 해서.
알리마 바야르:네에. 늦잠자지 않도록 해 볼게요. (옷자락을 쥔 작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일어선다.) 들어가요. 밤은 쌀쌀하니까… 감기라도 걸리면 곤란해. (올라온 이후 내내 머금고 있던 미소를 느릿하게 지웠다.)
비비엔:응... 그래도 푹 자는 건 조, 좋은 거니까... 자고 싶은 만큼 자도 돼요... (다시 올라간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든다. 걱정 같은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네에. 저, 저보다는 라일락이 걱정이지만요. 감기는 잘 안 걸리는 편이라서...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라...
무언가 이상합니다.
양 손끝이... 짙은 남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
어라, 그저 짙은 남색이 끝이 아니네요.
자신의 손 끝이... 아까의 광경을 닮았습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섞여 잘 구별되지 않지만, 밤하늘이 손 끝에 담겨 있습니다.
짙은 남색과 여러 오로라빛이 섞인 채 반투명합니다.
투명 속엔 정갈한 동시에...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을 닮은 반짝임이 신비감을 더하고 있네요.
알리마, 이성치 1 감소합니다.
마치 자신이 사라지는 것만 같은,
어두운 밤하늘에 비추어 보면 마치 저 우주와 하나가 되어 가는 것만 같은...
그런 아름다움이 손 끝을 잠식해가고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고 있는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알리마 바야르:(점점 투명해지는 것만 같아. 이대로 이곳에 남는다면 전부 물들어서 사라져버리게 될까. 비비엔이 잡지 않은 쪽의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그만둔다. 비비에게는 보이지 않으려나.) … 저어, 비비엔.
비비엔:(네 행동들을 의아하게 보다가 얌전히 대답한다.) 네에.
알리마 바야르:(물끄러미...)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려가죠. (총총)
비비엔:네에... 라일락, 어디 아픈건 아니죠....? 어, 어지러웠다거나... (쫑알대면서 총총 따라 내려간다.)
옥상에서 내려오자...
거실의 시계는 이미 자정에 가까운 시각을 가리키고 있네요.
비비엔은 다시 당신이 머무는 손님의 방으로 배웅하며,
비비엔:...(반만 빼꼼...) 아, 안녕히 주무세요...
알리마 바야르:잘 자요, 비비엔.
인사를 받고는 헤헤 웃더니... 문을 닫습니다.
이제 잘 시간이네요.
책을 읽어도 좋겠죠.
알리마 바야르:(책?) ... (주변을 둘러본다.)
어제와는 다르게, 머리맡에는 한 권의 책만 보이네요.
알리마 바야르:(조심스레 펼쳐본다.)
【정해진 운명의 기묘함】
작은 수첩 두께의 책입니다.
책을 열면...
첫 장의 빳빳한 종이에 작고 흐린 글자가 타자기의 흔적을 남기고 정갈하게 찍혀 있습니다.
[WYRD - 단어의 어원은 북유럽의 Urðr. 울드라고 읽으며,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노른의 세 여신 중 '운명'을 뜻하는 여신의 이름. 개인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신앙과 관련이 있다.]
알리마 바야르:(운명? 다음 장도 있는지 살펴보자.)
책을 넘기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찍혀 있습니다.
잉크가 떨어진 타자기로 쓰인 듯, 글자들은 점점 옅어지더니...
결국 종이와 구별할 수 없게 되어 있네요.
마치, 처음부터 없던 내용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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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의 운명이 처음부터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운명은 존재했던 것일까,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우리는 알지 못하고, 알 수 없을 터이다. 과거로 보내진 운명은 미래에 존재했던 운명이 아니며, 조금씩 그 흔적이 지워진다.]
[결국 과거에 너무 오래 머문 운명은 처음부터 없었던 운명이 되며, 그가 이루었던 것들은 모두 없던 것이 된다.]
[과거의 사람들은 이런 가설을 정해진 운명의 기묘함이라 불렀으며, 아쉽게도 이 가설을 증명할 수 있었을 시도들은 모두 그 가설을 증명함과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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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마 바야르:(이 책의 내용이 진실이라면,) …. (더 오래 머무르면 사라지고 말 거야. 이루었던 것들까지 지워진다면 비비엔도 위험해.)
돌아가야 해….
…. (뒷내용도 있는지 본다.)
더 이상 글자를 읽을 수 없습니다.
그때, 책의 빈 페이지들 사이에서 한 쪽지가 떨어집니다.
[조화파수렴은 수정에 힘을 불어넣는다. 이는 별들이 나란히 서며 흐려지는 신화와 현실의 경계가 단순하던 공기에 마력을 흩뿌리며, 이 신화의 틈에서 새어나와 공기 중을 방황하는 마력들이 수정에 이끌려서 채워지는 형태로 작동하는 고대의 산물임을 알아냈다.]
...
당신은 깊은 잠에 빠집니다.
눈을 뜨자...
식물질이 무성하게 내려와있는 정글입니다.
거대한 나무들의 미로처럼 얽힌 잎사귀들 사이로...
초록빛 햇빛이 들어와 당신을 영묘하게 비추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익숙한 곳. 익숙하게 발에 닿는 흙.
익숙한 어둠, 익숙한 빛.
조금 걸을까요.
알리마 바야르:(어쩐지 익숙한 공간이다. 흙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고 앞으로 걸어간다.)
긴 풀들이 다리를 간질이고,
저벅이는 흙의 소리가 썩 듣기 좋습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릴 법도 하지만...
정글은 바람이 불 때마다 풀들이 스치며 나는 싱그러운 소리를 제외하면,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조금 더 걸을까요?
알리마 바야르:(동물은 보이지 않네. 사박사박 걷는다.)
정글에는 그 어떠한 생물체도 없고,
사람도...
어?
저 멀리 누군가가 서 있습니다.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아 구별은 가지 않지만...
흰 가운이 눈에 띕니다.
알리마 바야르:… 사람? (조금 머뭇거리다 흰 가운을 입은 누군가를 향해 걸어간다.)
누군가를 향해 걸어가면...
어쩐지 거리가 좁혀지는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다만, 형상을 향해 걸어갈수록...
어쩐지 풀과 나무들이 자라나는 것만 같습니다.
알리마 바야르:(막아서는 걸까?)
… (어쩐지 방금 전까지 지나온 길보다 풀과 나무들이 빽뺵해진 것 같다.)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완전하게 빽빽해진 정글.
이제는 한 발자국도 디디지 못할 만큼,
굵은 풀과 나무들이 당신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그 순간,
익숙한 물이 발에 닿습니다.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물이 불어남과 동시에...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서서히 시들기 시작합니다.
나무들은 계속 시들더니 점점 재가 되며,
호수의 물은 재가 된 나무들을 삼켜가며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형상은 어느새 사라져버렸습니다.
알리마 바야르:… 또, (발 아래서 찰랑이는 물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물은 빠른 속도로 발목에서 무릎까지 차오릅니다.
하늘은 유난히 시리게 푸른 빛깔이네요.
알리마 바야르:(또 삼켜질까?)
글쎄요. 알고 있잖아요.
어떻게 할까요?
알리마 바야르:…… (몇 번이나 반복된 꿈이었지만, 물이 머리 위까지 차오르는 고통에 완전히 익숙해질 수는 없었다. 눈을 꼭 감는다.)
눈을 꼭 감으면, 물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내 물이 머리 위까지 차오르자...
예정된 고통이 당신을 덮칩니다.
...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지 않습니다.
감긴 눈 위에... 따스한 빛이 닿습니다.
눈을 떠볼까요.
알리마 바야르:…….
(살그머니 눈을 뜬다.)
눈을 떠도 물은 눈을 아프게 하지 않으며,
어느새 모든 나무들은 사라져 있습니다.
밝은 햇빛이 마치 대양과 같은,
당신을 안고 있는 거대한 물을 사정없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이겠죠.
물 속이지만 숨을 쉬기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눈 앞으로는...
물 속에서 느긋하게 흔들리는 자신의 머리칼이 보이네요.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당신의 어깨에 손을 얹습니다.
알리마 바야르:(물 속?)(나는 살아있는 걸까?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보다가 시선을 돌리려던 때...)
(..!)
(뒤를 돌아본다.)
뒤를 돌아보면, 비비엔의 두 눈과 마주칩니다.
비비엔이 입을 열자, 그의 입 안에서 공기방울이 위로 올라갑니다.
비비엔 프레이르: 시간이 없어.
당신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어딘가에서 떨어지는 느낌에 급격하게 눈을 뜨자,
당신은 침대 아래로 떨어져 있습니다.
큰 소리에 이쪽을 돌아본,
정원에 서 있는 레이몬드와...
여닫이 문 너머로 눈이 마주칩니다.
그는 곧 작게 웃고, 이쪽으로 걸어오네요.
당신에게 다가온 레이몬드는 손을 내밉니다.
알리마 바야르:(손? 내밀라는 건가? …)(손을 잡았다.)
슬 힘을 줘 일으켜 세우고는 인자하게 웃습니다.
레이몬드 프레이르: 지켜본 결과, 자네는 확실히... 어딘가에 위협이 되는 사람은 아니네만.
알리마 바야르:네에…. (침대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까지 보셨다면 그렇게 생각하실 법도 합니다.)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양 팔이 어딘가 이상한 느낌입니다...
알리마 바야르:(레이몬드 프레이르의 눈치를 보다가 제 팔을 힐끔, 살폈다.)
흘끔, 살펴보면... 당신의 양 팔이 팔꿈치까지 투명해졌네요.
몸의 경계선과 투명의 경계선이 흐려져가며,
투명한 팔 안에는 여전히 우주가 떠 있습니다.
알리마 바야르:… (계속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 서둘러 시선을 올렸다.)
레이몬드 프레이르: 그렇게 한눈팔 때가 아니네... 내가 중요한 결정을 했단 말일세.
알리마 바야르:그, 한눈팔지 않았어요. (국어책 읽는 톤.) 중요한 결정이요?
레이몬드는 말 없이 작게 웃은 후,
당신의 머리 위에 제 손을 올립니다.
...어라.
온 몸이 마비된 것 처럼,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는 장난스런 표정을 지은 후,
당신의 눈에 자신의 두 눈을 정확히 맞춥니다.
그의 눈을 바라보자...
어?
짙던 녹안에서 어쩐지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빨려들어가는듯한 기분이 들더니,
그의 등 뒤로 거대한 식물들이 빠른 속도로 솟아납니다.
익숙한 나무들.
이건 분명... 그 곳에 있던 나무들과 똑같아요.
그는 여전히 제 깊은 초록빛의 동공을 빛냅니다.
그 때,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수리하라. 수리하라. 수리하라. 수리하라..."
알 수 없는 목소리. 처음 들어보는...
알리마, 시나리오 [녹의 요람] 독자적 주문을 습득합니다.
그가 알리마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내자...
환각들이 재처럼 사라집니다.
레이몬드 프레이르: 이런 거 본 적 있나? 늙은이라도... 제법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알리마 바야르:…? (버퍼링) 방금….
(고개를 얕게 기울였다.) 나무를 보았어요. 목소리도, (몇 초 망설이다가) 할아버지… 께서 하신 건가요?
레이몬드 프레이르: 글쎄... 뭘 말하는건지 잘 모르겠구만. (슬 웃는다.) 내게는 보이지 않아서 말일세.
알리마 바야르:(비비… 할아버지께 배웠니.)
그렇군요…. (잘 모르겠다는 말을 안 믿는 게 티나는 눈빛.)
레이몬드 프레이르: 끄응... 그 눈빛은 뭔가? 아주 불손한데.
알리마 바야르:으음. (선량한 눈빛으로 갈아끼운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레이몬드 프레이르: 엎드려 절받기구만... 나 원, 자네 좋은 일 해줘도. (포기한 듯 피식 웃더니) 질문은 없나?
알리마 바야르:…….
(궁금한 건 많지만...) 네에.
레이몬드 프레이르: 입이 무겁구만... 흠. 뭐... 그래. 어디 써야 하는지는 자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 믿네.
알리마 바야르:(…)(말하지 않았는데 이미 짐작하신 것 같다. 이게 바로 연륜의 힘일까?) 네. 어디에 써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요.
(갑자기 과거로 날아왔으니 입을 무겁게 할 수밖에요. 이 말도 삼켰다.)
레이몬드 프레이르: 그래. 아직은 쓸 수 없겠지만... 때가 올 거야. 자네라면 올바른 선택을 할걸세. (힘내라는 듯, 가볍게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린다.)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지의 입방체가 떠오릅니다.
정지의 입방체가 떠오르는 순간,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순간 당신을 덮칩니다.
그렇지만...
주변은 변하지 않았네요.
주변이 변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변한 걸까요?
알리마 바야르:(몸을 흘끗.)
흘끗 내려보면...
우주가 어깨까지 잠식했다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다리마저, 무릎까지 우주가 차올라 있네요.
그와 동시에, 어딘가에서 빛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알리마 바야르:(늦으면 정말로 사라져버리는 걸까. 빛이 나는 곳을 살펴본다.)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건, 목에 걸려 있는 수정입니다.
미미한 빛이지만, 분명 빛이 나고 있어요.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는 걸까요?
알리마 바야르: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행운 1을 소모합니다.)
확인. 행운 1 깎아주세요!
어딘가에서...
쿠당탕탕!
거실 쪽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알리마 바야르:(물들어버린 몸을 서먹한 시선으로 살피다가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비비?
(할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슬그머니 거실 쪽으로 발을 옮긴다.)
슬그머니 거실로 나가 보면...
바닥에 앉아서 제 뒷머리를 쓸고 있는 비비엔이 있네요.
떨어진 것의 소리는... 비비엔이었던 것 같습니다.
알리마 바야르:(친구? 는 닮는다더니.)
……. (못 들은 척 해줘야 할까?)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택 구석의... 옥상으로 향하는 문이 열려 있습니다.
비비엔은 당신을를 보자, 눈을 빛내며 일어납니다.
어쩐지 신나 보여요.
비비엔:저, 정말이에요...! 오늘이었어.... 오, 오늘이 정말로... (두 손을 꼭 모으고선 네 쪽으로 달려와 재잘댄다.) 라일락....! 별들이 한 줄로 서기 시작했어요... 이, 이번엔 맞췄나 봐요.
알리마 바야르:(어쩐지 누군가의 얼굴에 신난 아기강아지의 모습이 비쳐 보이는 것 같다.) 맞을 거라고 했잖아요. 당신은 …. (말을 멈추고 짧게 웃고는) 즐거워 보이네요, 비비엔. (옥상으로 향하는 문 방향을 힐끔 바라보고는 다시 비비엔에게 시선을 돌린다.) 올라갈 건가요?
비비엔:(아무것도 모르는 낯으로 빤히 보다가, 네 웃음에 저도 헤실 웃는다.) 그, 그러게요... 라일락이 믿어줘서, 정말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헤헤... 그야... 정말로 같이 볼 수 있게 됐으니까...!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손을 꼬물대다가... 슬쩍 네 손을 잡는다.) 좋아요... 응? 아, 아뇨. 방금 보고 와서. 이, 이제 맨눈으로 봐도 될 거예요...!
그때, 목에 걸려 있던 녹빛 수정이 맹렬하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알리마 바야르: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네요. 왜 갑자기...?
수정이 빛남과 동시에, 레이몬드가 손님 방에서 걸어나옵니다.
그는 작게 웃고, 다음과 같은 말을 비비엔에게 건냅니다.
알리마 바야르: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쩐지 비비엔에게 건네는 말이라지만...
당신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레이몬드 프레이르: 그나저나, 아가. 손님께 숲은 보여드렸니?
...! 맞, 맞아... 숲... 숲이 있었죠...!
알리마, 당신이 처음 착륙한 곳.
밖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비엔은 여전히 두 눈을 빛내며,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비비엔:라일락, 곧 별이 줄을 설 건데... (손 꼼질...) 저 그거, 꼭... 누군가랑 같이 보고 싶었거든요. 괘, 괜찮다면. 실례가 안된다면... 같이 보러 가줄래요...? 숲으로요... (한참 시선이 바닥에 있다가, 슬그머니 올려다본다...) 가, 같이 보기로 하긴 했지만. 혹시 그 사이에 마음이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까.
알리마 바야르:숲으로요? (별이 줄을 서는 날. 처음 떨어진 장소로 돌아가게 되는 걸까. 어린 비비엔의 앞에서 돌아가게 되는 건 달갑지 않은데,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괜찮지만, (살그머니 손을 내밀어 한 손을 잡으려다 멈춘다.)
나로 괜찮은가요? 다른 사람은?
비비엔:다른 사람...? (고개를 갸웃한다. 잡을 것 같은데 잡지 않은 손을 빤히 응시하다가, 꿈뻑...) ...누, 누구... 말하는 거예요? (친구... 없는 표정.)
알리마 바야르:… 어르신은? (손을 잡았다.)
비비엔:응? 아, 할아버지는 다르게 보실 거래요... (방긋 웃는다.) 가, 가요...!
말을 끝낸 비비엔은...
저택의 정문으로 당신의 손을 이끌고 달려갑니다.
저택의 문을 아무렇게나 열곤,
여전히 당신의 손을 꼭 잡고 숲으로 뛰어가네요.
비비엔:아, 아직은 안 일어났을 거에요... 그치만 완전히 줄 서기 전에, 보러 가요...! 그 모습을... 놓치면 안 돼요.
말을 하면서도, 급하게 뛰네요.
그렇지만 당신에 맞춰, 너무 세게 잡아끌지는 않습니다
딱 불편하지 않을 속도입니다.
조금 뛰기 시작하자... 남색 호수가 보입니다.
해는 지기 시작했네요.
상아색 흙이 만연한 공터가 숲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 멀리는 적당한 크기의,
따스하고 고요해 보이는 밤의 학교가 고고하게 서 있습니다.
나른하고 평화로운 시골,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질러 뛰고 있는 당신과 비비엔.
호수를 따라 조금 더 뛰자...
숲의 시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무들의 밀도가 점차 짙어지고,
길이 사라지기 시작하네요.
해가 빠른 속도로 지고 있습니다.
마치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듯,
수정은 점점 더 맹렬한 빛을 내고...
조금씩 숨이 차기 시작합니다.
점점 더 숲이 짙어지고, 더 이상은 사람의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순간, 비비엔이 멈춥니다.
헉헉대는 숨을 고르며 위를 바라보네요.
비비엔:라일락, 저... 저기 봐요.
위를 바라보자 둥그런 하늘이 보입니다.
명당이라는 건지, 이 곳만 나무의 밀도가 조금 옅어요.
둥그런 공터 같지만...
사방을 나무들과 이끼 낀 돌들이 가리고 있습니다.
방향을 알 수 없을 정도네요.
하늘은 총 일곱 개의 빛을 제외하면 텅 비어 있습니다.
수정이 깨질 듯 빛나지만,
비비엔은 하늘만을 바라봅니다.
비비엔:...진짜 보게 될 줄 몰랐어요. 봐, 봐요... 전부 행성이야. 여기 서 있으면... 우리는 너무... 작아지는 기분이 들고, ... 그런 기분이 들어요.
비비엔이 중얼거립니다.
여전히 내리는 비가 그의 머리를 적시고, 주변의 풀을 적십니다.
알리마 바야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숨을 고르고 비비엔을 따라 하늘을 바라본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비가 오는걸…. 빗소리도 나쁘지 않아. 아름다운 하늘이네요. (말하며 손을 들어 눈가에 차양처럼 드리웠다가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당신의... 상반신이 전부 우주를 담고 있어요.
하늘과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하늘을 바라본 채로 한쪽 팔을 들어도,
어디가 팔이 끝나는 곳이고...
하늘이 시작하는 곳인지 구별이 가지 않아요.
그렇지만 비비엔은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계속 하늘을 바라보면, 일곱 개의 빛이 점차 모이기 시작합니다.
순간, 하늘의 먹구름 속에서 초록빛이 잠시 은은하게 반짝였다 사라지더니..
한 줄기의 빛이 그대로 내려와 수정에 쬐어집니다.
놀란 아이를 뒤로 하고,
수정이 순간 맹렬하게 빛을 냈다 폭발하듯 깨집니다.
그렇지만 조각이 떨어지거나, 어딘가로 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초신성을 닮은 빛을 내며 폭발하곤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비비엔:어, ... 어...떻게된거에요?! 라, 라일락... 괜찮아요? 다치지는 않았어요....?!
빛 너머로 놀란 말소리가 들립니다.
초신성의 빛은 순간 반짝이곤, 반쪽 우주인 당신을 휘감습니다.
어쩐지...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알리마, 마력 +50.
비는 세상을 씻어내릴 것처럼 내리고, 온 숲을 적십니다.
비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며, 차가운 빗물이 상쾌합니다.
지금이라면, 레이몬드가 가르쳐 준 것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놀란 비비엔이 당신을 여기저기 살피지만,
정작 투명해지고 있다는 건...
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네요.
알리마 바야르:다치지 않았어요. 괜찮아. (한 손을 몇 번 쥐었다 펴고는 시선을 맞춘다.) 당신이야말로 … 놀란 것 같은데. 괜찮나요?
비비엔:저, 정말요...? (그치만 전에도 괜찮다고 했는데... 여전히 걱정되는 낯으로 요리조리 살피다가, 정말로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해서.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인다.) 응, 저는 괜찮아요... 저, 저한테는 아무 일도 없었는걸요.
알리마 바야르:(보이지 않는구나.) 별의 조각… 같은 걸 가지고 있었거든. 사라질 때가 되어 사라진 거겠죠. 걱정하지 않아도 돼.
기다리던 날이잖아요. 마저 보지 않을 건가요? (하늘을 가리킨다.)
비비엔:우와, 별의 조각... 머, 멋져요. (눈을 반짝이다가, 갑자기 시무룩해진다.) 사라질 때가 되어서... 그렇구나... 네에. (네가 가리키는 대로 하늘을 응시하다가... 문득.) ... ... 응? 그, 근데... 저게 뭐죠?
비비엔이 숲 공터의 경계를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어쩐지 익숙한 물체가...
덩굴과 이끼 낀 돌, 나무들 사이로 보이네요.
알리마 바야르:음? (비비엔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다.)
비비엔:아, 안 보여요? 저기...
비비엔이 등에 손을 댄 채 당신을 가볍게 끄네요.
다가가자, 커다란 회색 물체가...
이끼와 덩굴들 사이에 고요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본 적 있는 물체네요.
정지의 입방체.
알리마 바야르:이건…… 당신에게도 보일 줄은 몰랐는걸요. (비비엔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기억해요? 내가, 나는 나쁜 사람일 거라고 말했잖아요.
비비엔:(의아함에 고개를 기울이다가,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인다.) ...응, 기억해요. 그, 근데... 그건 갑자기 왜요?
알리마 바야르:인사도 못 하고 갈 줄 알고 그런 말을 했는데. 우리에게 시간이 조금 더 남은 것 같기도 하군요. (느릿하게 눈을 깜박인다.) 비비.
이름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에요.
비비엔:...라일락. 가, 갈 거에요? 사라질 때가 되어서? (순간 울먹이는 표정이 되었다가, 입술을 꾹 깨물고는 작게 도리질한다.) ... ....네에. ... 그건, 알고 있어요.
알리마 바야르:가지 않기를 바라요? (빤히 보다가 느긋하게 웃어보였다.) 덕분에 이름이 두 개가 되었네.
비비엔:응. (반사적으로 빠르게 대꾸했다가, 제 말에 놀라선 고개를 젓는다.) 아, 아니... 가도 돼요. 하, 할 일이... 있는 거잖아. 그쵸? 할아버지처럼... ... 방해하면 안 되는 중요한 일이... (내내 시선을 바닥에 두었다가, 웃는 네 표정을 보고는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찡그린 것 같기도 한 미묘한 느낌의 웃음으로.) ... 아, 알려주기 싫을 수도 있으니까. 아니면... 여기에 온 걸 비밀로 하고 싶다거나... 이, 이해해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알리마 바야르:… 응. 만나러 가야 할 사람이 있어. (한 손을 뻗어 빗방울을 받아본다.) 그렇지만, 아쉬워하지는 않아도 될 거예요. 당신은 … 으음. 이 말은 아껴둘까. (어색한 웃음을 보다가 가벼운 웃음소리를 흘렸다.) 정말이지. (그대로 자란 줄 알았는데 조금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정지의 입방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주문은 어떻게 사용하지?)
주문을 사용하려고 마음을 먹자,
갑자기 입에서 자신도 알 수 없는 말이 나옵니다.
알리마, 이성치 -1.
당신에게서 흰 빛이 나오더니...
정지의 입방체로 빨려들어 갑니다.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물체가 흰 연기를 내뿜으며 열립니다.
안은 텅 비었으며, 두 사람 정도가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네요.
당신은 물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비비엔이 멍하니 당신과 물체를 번갈아서 보고 있습니다.
아이는 이별을 직감하고,
당신에게 작게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비비엔:...마, 만나러 가야 할 사람. ...그렇구나. (옅게 웃는다. 여전히... 어딘가 어색하게.) 처음부터 여기랑 안 어울려 보이기는... 했어요.
이, 있잖아요. ...라일락. (네 쪽으로 손을 뻗으려다가, 이내 거두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알리마 바야르:(손을 뻗어 비비엔의 손끝을 톡, 건드리고는 다시 손을 거뒀다.) 알리마 바야르예요. 라일락이기도 하고. 비비엔.
(물체 앞에 서서 물끄러미.. 비비엔을 바라본다.) 당신은… 억지로 웃는 표정은 안 어울려요. 어색한걸.
다시 만날 수 있는지는 … 글쎄. (눈꺼풀을 한 번 깜박이고는,)
기다릴게요. 만나러 와요.
(말하고 물체 안으로 들어간다.)
당신이 입방체 안으로 들어가자,
문은 닫히고 물체가 투명해지네요.
투명한 벽 위로 빗물이 흐릅니다.
알리마 바야르:올 거죠. (입모양으로 말했다.)
비비엔은 투명한 벽에 손을 대고, 당신을 향해 방긋 웃어보입니다.
비비엔:...네에.
잘 가요. ...알리마.
당신과 아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물체의 한 투명한 벽면에...
붉은 색의 숫자가 떠오릅니다.
떠오르는 숫자는 315360000.
순간, 숫자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비비엔은 벽 앞에서 재가 되어 사라지고,
커다란 나무들이 점차 시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숫자가 더욱 빠르게 줄어들며,
세상은 당신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광합성을 멈추고, 사라졌던 나무들...
남색 호수에는 흙이 채워지고 도시가 세워지며,
커다란 건물들이 당신의 주변을 가득 메우기 시작합니다.
철근이 점점 콘크리트로 덮이는 모습,
인부들이 빠른 일개미들처럼 지나다닙니다.
숫자는 이제 여섯 자리도 남지 않았습니다.
세계정부 건물이 세워지는 모습도 보이고,
이제 거리는... 당신에게 완전히 익숙한 모습입니다.
그때, 정지의 입방체의 벽이 불투명해집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자신이 묵었던 정신병동.
자신이 누워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비비엔이 그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화면이 다시 빨라지더니,
비비엔이 저를 데리고 병동 밖으로 나가는 화면이 재생됩니다.
건네주는 라일락이 낮익어 보이네요.
화면이 다시 빨라지더니,
이번에는 처음으로 세계정부의 건물 앞에 서 있을 때가 보입니다.
"비비엔... 비비엔 프레이르입니다. 뒤는 동료 과학자예요. 현재 실험 중이라 방독면을 벗을 수 없는데, 같이 출입해도 괜찮을까요? 출입증은 연구소에 함께 두고 나와서요."
...
다시 화면이 빨라지더니,
마지막으로 비비엔과 당신이 함께 방아쇠를 당기던 화면이 재생됩니다.
끝으로,
정지의 입방체가 다시 투명해집니다.
다시 숫자가 뜨네요.
정지의 입방체에 이제 남은 숫자는 ...
5,
4,
3,
2,
...
1.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입방체의 문이 열립니다.
짧은 안내음이 나옵니다.
[2054년 8월 29일에 도착하였습니다.]
COC 7th Edition Fan-made Scenario
' 녹의 요람 '
Written by. 됴로
2022. 05. 19 22 : 01
E N D 0
수고하셨습니다!
알리마 바야르:
우리는 별 아래서 다시 만날 거야 Roll
기준치: 99/49/19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음에는 헤어지지 않아 Roll
기준치: 99/49/19
굴림: 98
판정결과: 보통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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